투표함 속에서는 한 표가 같은 무게로 계산된다. 그러나 투표소를 나선 뒤 어떤 삶은 정책과 언론, 정당의 언어에서 희미해진다. 이름은 명부에 있지만 의제에는 없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을 유령 유권자라고 부른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너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정치의 카메라 밖에 놓인 사람들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청년, 비정규직, 돌봄 노동자, 지역 주민, 장애인, 이주민, 고령 1인 가구, 플랫폼 노동자, 저소득층처럼 표는 집계되지만 생활의 조건은 제대로 번역되지 않는 집단을 살핀다. 낮은 투표율이라는 단순한 설명, 세대 구호에 가려진 내부 차이, 임금표에 갇힌 노동 의제, 사랑이라는 말 뒤에 숨은 돌봄 노동, 지역 소멸과 이동권, 여론조사와 미디어 프레임이 만드는 대표성의 빈틈을 차례로 짚는다.
민주주의의 문제는 투표가 끝나는 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 공약보다 먼저 생활을 번역하고, 숫자보다 먼저 빠진 목소리를 확인할 때 정치의 대표성은 더 두꺼워진다. 선거를 결과가 아니라 관계의 구조로 읽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정치를 다시 보게 하는 사회 교양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