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를 설레게 하던 만화영화의 주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들었던 멜로디, 절망의 밤을 버티도록 해준, 혹은 행복의 순간을 함께했던 음악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우리 삶 속에 차곡차곡 쌓여온 이러한 ‘무형의 플레이리스트’야말로 그 어떤 문자의 기록보다 더 정직하게 우리 자신을 증언하는 연대기다. 과거의 위대한 작곡가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이 겪어낸 시간은 음악이라는 현재진행형의 형태로 오늘날 우리 앞에 생생하게 재현된다. 그리고 그 음악은 누군가의 가슴속에 지울 수 없는 인장을 남겨 또 다른 연대기로 보존된다.
『음악을 읽다 사람을 듣다』는 메소테스의 첫 책으로, 고전에서 길어 올린 인문학적 통찰과 음악의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해줄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곡가의 목소리로 과거 작곡가들의 음악 연대기를 훑어 내려간다. 단순히 음악을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가들의 삶과 고뇌, 더하여 저자의 음악적 경험이 버무려진 음악 에세이라 할 수 있다.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풍경과 마주했던 예술가들의 영혼의 기록을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시대를 초월하여 그들의 악보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음에 한 발자국
삶이라는 악보 위에서 펼쳐지는 구원의 선율
저자는 박남준 시인이 캄캄한 산중과 장마철 폭우 속에서 마이클 호페의 〈더 웨이팅〉을 들으며 지독한 고독을 견뎌낸 강렬한 풍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고독의 섬’에서 출발한 여정은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거대하고 잔혹한 고립의 공간들로 확장된다. 본 장에서는 포로수용소라는 최악의 조건을 지닌 ‘철조망의 섬’에서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가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역사적인 날, 전쟁의 참혹한 최전선인 ‘총성의 섬’에서 프랑스군과 독일군이 총알 대신 캐럴을 주고받던 감동적인 순간, 그리고 쇼스타코비치가 ‘절망의 섬’에서 겪어낸 레닌그라드의 풍경을 종횡무진 가로지른다.
예술마저 AI의 전유물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감도는 우리 시대에,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무엇이 예술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스스로의 삶이라는 악보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거장들의 거대한 서사에서 멈추지 않고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의 외로움과 상처로 끊임없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저자 자신이 겪었던 쓰라린 폭력과 소외의 경험은 독자 개개인의 삶에 새겨진 외로움의 기억을 자극할 것이다. 또한 음악을 통해 상처받은 존엄을 회복하고 번번이 구원을 받았다는 저자의 고백은, 각자 자신만의 섬에서 분투하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오페라보다 더 오페라 같은
작곡가들의 인생 이야기
우리는 흔히 오페라를 무대 위의 가장 극적인 예술이라 부른다. 그러나 『음악을 읽다, 사람을 듣다』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보다 더 치열한, 음악을 만든 사람들의 삶이다. ‘태양왕의 음악가’라 불리며 루이 14세의 총애를 받으며 군림했지만 자신의 지휘봉에 찔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장 바티스트 륄리,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며 음악을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한 생트 콜롱브 등 음악 뒤에 숨겨진 때로는 충격적인, 때로는 감동적인 작곡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흥미롭게 풀어가며 그들의 음악을 보다 풍성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