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속에서 나온 물건은 말을 하지 않지만, 쉽게 거짓말하지도 않는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대개 물건이 아니라 그것을 너무 빨리 단정하려는 우리의 해석이다.
이 책은 깨진 그릇, 녹슨 칼, 동전, 거울, 장신구, 무덤, 배와 항구, 도시 유적, 박물관의 진열장까지 따라가며 유물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증언하는지 보여 준다. 발굴 위치, 그을음, 찌꺼기, 마모, 파손, 함께 나온 물건의 관계를 읽으면 왕과 전쟁의 역사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밥상, 거래, 두려움, 신분, 노동, 기억이 드러난다. 동시에 유물 해석의 오류, 약탈과 소장, 복원과 반환의 윤리도 함께 다룬다.
고고학을 전문 지식이 아니라 사람을 다시 만나는 독해법으로 풀어낸 점이 매력이다. 낡고 깨진 물건을 통해 사라진 일상의 질감과 오늘의 물건이 미래에 남길 흔적까지 생각하게 하는 인문 교양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