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오래도록 눈으로 읽는 학문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사람은 늘 냄새 속에서 살았다. 흙, 빵, 향, 비누, 피, 하수, 연탄, 필름 냄새는 한 시대의 생활 조건을 몸에 먼저 새겼다.
이 책은 사라졌거나 잊힌 냄새를 통해 문명의 감각사를 복원한다. 고대 도시의 악취, 신에게 바친 향, 도살장과 전쟁터의 피 냄새, 전염병 시대의 소독, 근대 도시의 하수와 비누, 노동자의 땀과 공장의 연기, 계급을 가르는 향수와 탈취, 집 안의 냄새와 기억까지 따라간다. 냄새를 단순한 쾌불쾌가 아니라 위생 정책, 권력, 노동, 차별, 기억의 기록으로 해석한다.
좋은 향을 고르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왜 그 향이 필요해졌는지 묻는 일이다. 이 책은 냄새 없는 세계가 편리해지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감각으로 문명의 속살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낯설고 깊은 역사 여행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