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왕의 말과 신하의 논쟁만으로 움직인 나라가 아니었다. 쌀 몇 석, 포목 몇 필, 군포 한 건, 환곡 한 줄이 백성의 하루를 흔들었고, 장부의 숫자가 왕조의 현실을 만들었다.
이 책은 실록의 큰 사건 뒤에 놓인 조선의 회계 언어를 따라간다. 토지 장부와 호적, 공납과 대동법, 환곡, 군포, 창고, 뇌물, 상인과 어음, 왕실 재정, 민란, 갑오개혁 이후의 근대 장부까지 쌀과 포목과 세금의 흐름을 통해 왕조의 작동 방식을 읽는다. 장부에 이름이 오르는 사람과 빠지는 사람, 기록자와 부담자 사이의 거리, 개혁 뒤에 새로 생긴 특권도 함께 드러난다.
역사를 숫자로 건조하게 정리하는 책이 아니다.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을 보기 위한 책이다. 조선 사회의 세금과 권력, 부패와 생존을 실록 밖의 작은 계산으로 읽고 싶은 독자에게 새로운 한국사 독해법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