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 동의가 만들어지는 순간이 있다. 회의실에서, 가족 식탁에서, 연인 사이에서, 지하철 군중 속에서 침묵은 평화처럼 보이지만 때로 권력의 가장 조용한 언어가 된다. 말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다.
이 책은 침묵을 성격이나 분위기가 아니라 관계와 제도의 문제로 읽는다. 동의, 저항, 포기, 배려, 두려움의 침묵을 구분하고, 회의실의 질문 없는 합의, 가족 안의 체면과 효도, 연인 사이의 기다림과 처벌, 군중 속 책임 분산, 학교와 조직의 무언 규칙, 온라인 자기검열, 말 없는 저항과 돌봄의 침묵까지 구체적인 장면으로 풀어낸다.
침묵을 깨라는 책이 아니다. 어떤 침묵은 생각과 위로를 지키고, 어떤 침묵은 사람을 고립시킨다. 이 차이를 읽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안전하게 묻고, 반대를 살리고, 말하지 않는 사람의 자리를 함부로 훔치지 않게 된다. 말 없는 순간의 권력과 관계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필요한 사회학 입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