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Prologue
에스컬레이터는 멈췄다, 이제는 회복탄력성의 항해로
우리는 오랫동안 ‘세계화’라는 단어를 일방통행 에스컬레이터처럼 인식해 왔습니다. 국내 시장을 정복한 기업이 조심스럽게 인접 국가로 발을 내딛고, 계단을 하나씩 오르듯 투자 규모를 키워가며, 마침내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라는 정상에 도달하는 선형적Linear인 성공 서사가 그것입니다. 많은 교과서는 이 매끄러운 상승 곡선을 ‘국제화의 정석’이라 가르쳤고, 우리는 그 공식에 의문을 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비즈니스 전장은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목격하는 실제 세계화의 여정은 직선이 아닌 굴곡진 루프Loop에 가깝습니다. 야심 차게 진출했던 시장에서 뼈아픈 패배를 맛보며 짐을 싸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정치적 격변이나 기술적 진부화로 인해 ‘전략적 일시 정지’를 강요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 기업 5곳 중 1곳은 초기 진입에 실패하고 철수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이 ‘철수’와 ‘후퇴’의 시간을 패배자의 기록으로 치부하며 외면해 왔습니다.
『뉴 글로벌 마케팅: 국경을 넘는 가치 창출과 재도약의 기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이제 우리는 멈춰버린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성공적인 글로벌 마케팅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다시 일어서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성공의 공식’이 아닌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항해술’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오늘날의 글로벌 마케터는 인공지능AI이라는 날카로운 항법 장치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의 바다 속에서 현지 소비자의 미묘한 숨결을 읽어내고, 복잡한 규제의 파도를 미리 예측하며, 언어의 장벽을 넘어 문화적 공명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됩니다. 그러나 도구가 아무리 정교해도 배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마케터의 ‘전략적 의도’와 ‘인류학적 통찰’입니다.
또한, 우리는 ‘환경’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요구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제 글로벌 시장 진입의 허가증은 수익성이 아닌 ‘지속 가능성’에서 나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글로벌 시장이라는 생태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면역 체계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총 5개의 PART를 통해 글로벌 마케팅의 전 생애주기를 다룹니다. 마케팅의 본질적 가치를 재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해, 각 나라의 정치·경제·문화적 코드를 해독하는 법PART 1~2, 웁살라 모델과 본 글로벌이라는 진입의 두 갈래 길PART 3, 그리고 제품과 가격, 유통과 프로모션을 현지의 직물과 결합하는 트랜스크리에이션의 기술PART 4을 순차적으로 탐험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PART 5에서,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인 결론인 ‘재도약의 기술’을 만날 것입니다. 우리는 기업이 왜 시장에서 물러나는지 그 ‘퇴사의 해부’를 통해 실패를 전략적 자산으로 치환하는 법을 배울 것입니다. 공식적인 관계는 끊겼어도 여전히 바닥에 흐르고 있는 ‘관계의 잔재’를 어떻게 복원하는지, ‘타임아웃’이라는 공백 기간 동안 어떻게 ‘동적 역량’을 키워 더 강력한 모습으로 복귀하는지, 그 부활의 드라마를 함께 써 내려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실패는 치명적이지도 끝도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후퇴는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