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성벽이 무너진 날보다 사람들이 더는 돌아오지 않은 날 사라진다. 폐허는 한 번의 전쟁이나 재난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 도시의 마지막은 막힌 물길, 비어 가는 창고, 끊어진 무역로, 신뢰를 잃은 배급처럼 느린 균열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은 모헨조다로의 배수, 앙코르의 수로망, 페트라의 물 저장과 향료 무역, 마야 도시의 저수지처럼 도시를 살린 장치가 어떻게 취약점으로 바뀌었는지 추적한다. 식량과 권력, 질병과 밀집, 포위전과 유지비, 기후의 흔들림, 중앙집권의 과잉, 장인과 상인의 이동을 함께 놓아 도시가 사라지는 복합 경로를 읽는다.
왕과 전쟁의 연대기보다 보통 사람의 생활망을 중심에 둔 역사서다. 오늘의 거대 도시 역시 물, 식량, 위생, 공급망과 행정에 기대어 산다는 사실을 연결하며 폐허를 현재의 경고로 바꾼다. 문명의 흥망을 단일 원인이 아니라 연결된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도시를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