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은 유령의 존재보다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누구를 믿지 못하는지를 더 정확히 드러낸다. 학교의 빈 교실, 아파트의 복도, 밤늦게 불이 켜진 사무실, 캡처 한 장이 퍼지는 인터넷에는 각 시대의 불안과 제도에 대한 불신이 숨어 있다.
이 책은 학교, 아파트, 회사, 인터넷, 범죄, 재난, 질병을 둘러싼 괴담을 사회의 어두운 여론조사처럼 읽는다. 장난과 따돌림, 층간소음과 이웃 단절, 구조조정 소문, 알고리즘과 댓글의 증폭, 공식 발표가 늦을 때 자라는 음모론, 혐오와 희생양 만들기의 회로를 분석한다. 공포 콘텐츠와 실화 마케팅이 윤리의 경계를 넘는 순간도 살핀다.
괴담을 믿거나 비웃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야기의 출처와 퍼지는 조건, 이익을 얻는 주체, 피해를 입는 사람을 묻게 한다. 무서운 이야기를 즐기면서도 공포가 차별과 조작으로 변하는 지점을 구분하고 싶은 독자에게 미디어 문해력과 시민의 감각을 함께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