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요술 램프를 문지르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알라딘, 신드바드, 세헤라자데—이 이름들은 특정 문화권의 고전이라기보다 이미 전 인류가 공유하는 상상력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그 이야기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손을 거쳐 오늘의 우리에게까지 이르렀는지를 묻는 순간, 익숙했던 이야기는 갑자기 낯설고 복잡한 얼굴을 드러낸다.
이 책은 그 낯섦을 파고드는 작업에서 출발했다. 『천일야화』는 단일한 저자도, 단일한 원본도, 단일한 문화적 소유자도 없는 텍스트다. 페르시아에서 태어나 아랍어로 옮겨지고, 다시 프랑스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원전에 없던 이야기가 새로 끼워지고, 영국인 탐험가의 손에서 방대한 각주와 함께 재탄생하고, 러시아 발레단의 무대 위에서 색채의 향연으로 되살아나며, 오늘날에는 다시 중동의 작가와 감독들 손으로 돌아가 재해석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하나로 꿰어 보면, 『천일야화』의 역사는 그 자체로 문명과 문명이 만나고 오해하고 다시 이해해가는 인류 문화 교류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