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믿음은 교리보다 냄새로 먼저 돌아온다. 절의 향, 장례식장의 국화, 성당의 촛농, 제사상의 밥과 술이 코끝에 닿는 순간 사람은 설명을 듣기 전에 다른 시간으로 들어간다. 보이지 않는 믿음은 늘 냄새와 빛, 손길과 음식 같은 물질을 통해 몸에 자리를 얻어 왔다.
이 책은 향과 연기, 촛불, 꽃과 잎, 음식과 술, 물과 기름과 재가 종교 의례에서 어떤 관계와 감정을 만드는지 살핀다. 절과 무릎, 종소리와 침묵, 집 안의 작은 제단, 축제와 장례, 관광지의 성물, 디지털 예배와 무향 공간까지 이어가며 감각이 사라진 뒤 믿음이 무엇으로 남는지도 묻는다.
특정 종교의 우열을 가르기보다 서로 다른 전통의 물질과 몸짓을 조심스럽게 비교하는 감각의 종교학이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공기질과 화재, 알레르기와 공동생활을 함께 고려하는 조율까지 다루어, 믿음의 의미와 물질의 현실을 동시에 이해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