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을 떠올리면 먼저 병과 오염이 생각난다. 그러나 우리 몸의 장, 한 줌의 흙, 바다 표면과 공기 속에는 생명을 유지하는 거대한 미생물 네트워크가 움직인다. 이들은 영양소를 분해하고 식물의 성장을 돕고, 탄소와 질소의 순환을 이어 주며, 음식의 맛과 향을 만든다. 보이지 않는다고 주변부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생태계와 문명의 기반을 함께 짓는 주민들이다.
이 책은 미생물 세계를 고립된 종의 목록이 아니라 관계가 얽힌 도시로 읽는다. 장내 미생물과 면역, 토양의 뿌리권, 해양 플랑크톤, 공기 중 미생물의 이동을 살피고, 발효와 식품, 항생제 내성과 파지, 공생과 생물막을 통해 인간과 미생물이 경쟁하고 협력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배양만으로 보이지 않던 생명을 메타게놈 분석이 어떻게 드러내는지, 프로바이오틱스와 바이오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도 균형 있게 다룬다.
핵심은 미생물을 무조건 없애거나 무조건 좋은 존재로 찬양하지 않는 데 있다. 환경과 조합, 시간에 따라 같은 미생물도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건강한 상태는 한 종의 승리가 아니라 다양성과 균형에서 나온다. 몸과 자연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눈에 보이는 세계 아래에서 끊임없이 교환과 순환이 일어나는 숨은 도시의 지도를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