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

뿌리까지 뽑아도 되는 걸까 — 대처리즘과 영국 제조업의 몰락

노성문
해라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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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까지 뽑아도 되는 걸까 — 대처리즘과 영국 제조업의 몰락
듣기기능미지원파일정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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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9791124306468
책 소개
솔직히 고백부터 해야겠다. 나는 마거릿 대처를 오랫동안 오해하고 있었다.

노조에 끌려다니던 나라를 뚝심 하나로 일으켜 세운 여성. 시체가 매장되지 못하고 쓰레기가 산을 이루던 나라에서, 아무도 하지 못한 결단을 내린 지도자.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별다른 의심 없이 그렇게 믿어왔다. 노조를 꺾은 것까지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 책을 준비하며 자료를 하나씩 들춰보다가, 나는 몇 번이나 손을 멈춰야 했다. 1984년, 정부는 탄광 스무 곳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훗날 공개된 내각 문서에는 애초부터 일흔 곳 넘게 닫을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는 사실이 적혀 있었다. 발표된 숫자와 실제 계획된 숫자 사이의 그 간극을 보면서, 나는 이 이야기가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대처가 부자에게 세금 폭탄을 매겼다고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소득 최고세율 83퍼센트, 투자소득에는 무려 98퍼센트를 매기던 나라는 대처 이전의 영국, 즉 노동당이 만든 나라였다. 대처는 그 세율을 절반 아래로 끌어내린 사람이었다. 내가 무너뜨린 사람이라고 오해했던 그 체제는, 사실 대처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던 체제였다.

그러니까 이 책이 다루는 이야기는 승리의 기록도, 몰락의 기록도 아니다. 한쪽 손이 나라를 병들게 했고, 다른 한 손이 그 병을 도려내면서 동시에 새로운 상처를 냈다는,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다. 탄광이 문을 닫은 자리에는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았다. 전화도 가스도 물도 전기도 회사의 소유물이 되었고, 요금은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그녀가 세상을 떠나던 날, 어떤 거리에서는 조기가 걸렸고 어떤 거리에서는 샴페인이 터졌다.

나는 경제학자도 역사학자도 아니다. 그저 궁금한 게 많은 보통 사람일 뿐이다. 왜 한 사람의 정책 앞에서 같은 나라 국민들이 이토록 다른 반응을 보였을까. 노조를 꺾은 것과 나라를 살린 것은 정말 같은 의미였을까. 이 책은 그 질문들을 따라가며 쓴 기록이다. 답을 정해놓고 쓰지 않았다. 다만 정확한 사실 위에서, 독자와 함께 그 질문을 다시 던져보고 싶었다.

목차
목차

프롤로그:내가 오해했던 여자

1부. 병든 나라 ? 사회주의가 만든 영국

1장. 요람에서 무덤까지 ? NHS와 복지국가의 탄생
2장. 국유화의 시대 ? 탄광, 철강, 철도가 국가 소유가 되기까지
3장. 노조 공화국 ? 누가 진짜 나라를 움직였는가
4장. 불만의 겨울 ? 시신과 쓰레기, 그리고 유럽의 병자

2부. 식료품 가게 딸 ? 마거릿 대처의 탄생

5장. 그랜섬의 알프레드 로버츠 ? 자조自助의 신앙
6장. 옥스퍼드와 신념의 완성
7장. 우유부터 시작된 별명 ? 대처 정치의 원형

3부. 정면충돌 ? 노조와의 전쟁

8장. 1979년, 철의 여인이 취임하다
9장. 석탄을 몰래 쌓다 ? 전쟁을 준비한 1년
10장. 1984-85 광부 파업, 그 열두 달
11장. 스카길과 대처 ?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가

4부. 뿌리를 뽑다 ? 제조업의 붕괴

12장. 스무 곳에서 일흔 곳으로 ? 탄광 폐쇄의 실제 규모
13장. 탄광만이 아니었다 ? 철강, 조선, 자동차의 연쇄 붕괴
14장. 재훈련 없는 해고 ? 정부가 하지 않은 일
15장. 두 개의 영국 ? 남쪽의 번영과 북쪽의 실업률

5부. 국가를 팔다 ? 민영화의 명암

16장. "사회 같은 건 없다" ? 1987년 발언의 진짜 맥락
17장. 빅뱅 ? 런던을 세계 금융 중심지로 만든 결정
18장. 통신과 에너지를 팔다 ? BT, 가스, 전기의 민영화
19장. 물과 철도까지 ? 생존 필수재의 상품화와 요금 인상

6부. 배신과 몰락

20장. 인두세 ? 부자에게 유리했던 세금의 등장
21장. 트라팔가 광장의 폭동
22장. 자기 편에게 끌려 내려오다 ? 1990년 사퇴

7부. 철의 여인의 황혼

23장. 기억을 잃어가다 ? 알츠하이머와 남편의 죽음
24장. 2013년 4월 ? 조기와 축배가 함께한 날

8부. 대처리즘, 그 후 40년

25장. 지금도 대처를 미워하는 마을들
26장. 두 개의 손, 하나의 나라 ? 이 책이 던지는 질문

부록

부록 1. 대처리즘 연표 1945~2013
부록 2. 주요 인물 소개 스카길, 하우, 로슨, 맥그리거 등
부록 3. 통계로 보는 대처 시대 실업률, 세율 변화, 민영화 매각 규모, 지역별 격차
부록 4. 대처리즘을 둘러싼 두 가지 시선 ? 지지와 비판의 논거 정리

에필로그:뽑힌 뿌리는 다시 심기 어렵다

작가 소개
  • 작가노성문
평범한 직장인으로 하루를 시작해, 퇴근 후에는 책상 앞에 앉아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역사, 경제, 사회 현상을 들여다볼 때마다 늘 궁금한 게 많았고, 그 궁금증을 혼자 삭이기보다 글로 풀어내는 쪽을 택했습니다. 전문 연구자도 학자도 아닙니다. 다만 세상이 왜 이렇게 흘러왔는지, 그 흐름 뒤에 숨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 사람일 뿐입니다.

해라빛출판사를 운영하며 역사, 지정학, AI, 반도체, 대중과학, 사회심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지금까지 OO여 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이번 책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니, 실은 절반만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책이 독자 여러분에게도 비슷한 발견의 순간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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