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멈추면 왜 또 그러냐고 말을 걸고, 오래된 인형이나 가족의 그릇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오래전부터 사물과 장소에 마음과 의도를 부여하며 불안한 세계를 견뎌 왔다. 이 책은 거대한 신전이 아니라 집, 나무, 돌, 강, 우물, 문턱, 부엌처럼 매일 만지는 것들에서 태어난 이름 없는 신들을 따라간다.
성주와 터주, 조왕과 문신 같은 가정신앙이 가족의 질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마을 나무와 돌탑이 왜 공동체의 어른이 되었는지, 물과 불에 붙은 금기와 의례가 위생과 안전을 어떻게 지켰는지 살핀다. 얼굴을 찾는 뇌, 외로움과 통제 욕구, 애착의 심리도 함께 읽으며 행운의 펜, 반려식물, 스마트폰 같은 현대의 반려물건으로 시선을 넓힌다.
민간신앙을 낡은 미신으로 조롱하지도, 무비판적으로 믿으라고 권하지도 않는다. 상징이 돌봄과 책임을 돕는 순간과 공포와 착취로 바뀌는 순간을 구분한다. 사물에게 마음을 준다는 행위가 세계를 덜 함부로 대하게 하는 윤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생활 인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