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죽음을 끝이라는 한 문장으로 남겨 두지 않았다. 사라진 몸을 무덤에 모시고, 강 건너편과 하늘과 땅속에 저 너머의 지도를 그렸으며, 심판과 윤회와 조상세계의 이야기로 남은 관계를 이어 붙였다. 사후세계는 공포에서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그냥 보내지 못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은 천국과 극락, 지옥과 심판, 윤회와 업, 조상신앙, 연옥과 바르도 같은 중간세계를 비교하며 각 상상이 어떤 삶의 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 살핀다. 풍요가 부족한 시대가 낙원을 정원과 도시로 그린 이유, 불과 어둠이 도덕의 언어가 된 과정, 장례와 기도가 애도의 시간표를 만드는 방식을 문화사적으로 풀어낸다.
특정 종교의 정답을 선언하지 않는다. 과학의 시대에도 사후세계 질문이 남는 이유, 임사체험과 기억 산업이 만드는 새로운 상상, 위로가 통제와 구원 독점으로 바뀌는 위험까지 함께 짚는다. 서로 다른 믿음을 비웃지 않으면서 죽음 너머의 이야기를 오늘의 삶과 윤리 쪽으로 돌리는 인문 교양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