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켤레의 운동화가 박물관에 들어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회화는 캔버스 위에서 오래 살아남고, 조각은 돌과 청동에 새겨져 세대를 건너간다. 그러나 운동화는 다르다. 신발은 발 아래에서 닳는다. 도시의 콘크리트와 흙 길 위를, 농구코트와 마라톤 코스를, 무대 뒤편과 출근길 지하철 계단을 견디고 또 견딘다. 닳아 사라지는 것이 운명인 사물이 어떻게 박물관의 유리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해진 순간은, 그 사물이 단지 사물이 아니라 한 시대의 정신과 누군가의 삶을 압축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된 순간이다.
필 나이트Phil Knight가 1964년 1월 25일 빌 바우어만Bill Bowerman과 함께 창업한 ‘블루 리본 스포츠Blue Ribbon Sports’는 그 이름처럼 푸른 리본을 단 작은 회사였다. 첫 사무실은 차고였고, 첫 재고는 그가 직접 일본에서 들여온 오니츠카 타이거 12켤레였다. 첫해 매출은 8,000달러였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오늘, 그 회사는 ‘나이키NIKE’라는 이름으로 한 해 500억 달러를 넘는 매출을 올리며, 200개에 가까운 국가에서 사람들의 발과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이 책은 필 나이트라는 한 인간의 삶과, 그가 만든 회사가 어떻게 한 시대의 문화가 되었는지를, 박물관의 동선을 따라 걷듯 천천히 짚어 보려는 시도이다. 우리는 그를 신화화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의심과 불안, 친구를 잃은 슬픔, 가족과의 거리, 회사를 살리기 위해 그가 감내했던 위태로운 결정들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 권의 운동화 카탈로그가 어떻게 한 인물의 자서전으로 읽히게 되는지, 어떻게 시멘트 바닥 위의 발자국이 박물관의 유리장 안에서 한 세대의 초상으로 변해 가는지를 함께 따라가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