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이 오르면 구리 기업은 모두 돈을 벌 것처럼 보인다. 현실은 정반대의 장면을 자주 만든다. 가격 상승은 광산기업의 영업레버리지를 키우지만 정광이 부족한 제련소의 수수료를 압박하고, 전선기업에는 원재료 가격 전가와 운전자본 부담을 동시에 안긴다. 같은 금속 가격을 보고도 사업모델에 따라 손익의 방향이 달라지는 이유다.
이 책은 광석에서 정광, 전기동, 동봉과 동선, 전선과 케이블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투자자의 손익계산서로 번역한다. 매장량과 품위, 회수율, C1 현금원가, 제련·정련수수료, 거래소 재고와 현물 프리미엄, 스크랩 할인율, 전선 가동률과 수주잔고를 하나의 흐름에 놓는다. 가격이 영업이익으로 전달되는 시차와 재고평가, 환율, 헤지가 숫자를 왜곡하는 방식도 함께 다룬다.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전기화 수요가 커진다는 산업 이야기만으로 좋은 주식을 고를 수는 없다. 병목이 어디에 생기고 누가 협상력을 갖는지, 증설이 언제 실적에 반영되고 현재 주가가 어떤 낙관을 이미 담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구리 한 톤의 이동을 기업 한 곳의 현금흐름까지 추적하면, 원자재 테마를 가격 추격이 아니라 공급망 분석으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