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이 바뀐 날과 기업가치가 바뀌는 날은 같지 않다. 충실의무가 넓어지고 집중투표와 전자주총, 감사위원 분리선출, 자사주 소각 규율이 강화되어도 회사가 실제로 현금과 의사결정을 바꾸지 않으면 주주가치는 자동으로 오르지 않는다. 시장은 조문보다 기업 행동의 변화와 그 변화가 현금흐름에 남기는 흔적을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이 책은 이어진 상법 개정을 시행일과 적용 범위, 법률·시행령·정관·공시의 네 시계로 나눈다. 이사회의 충실의무와 공평한 대우, 집중투표의 계산, 감사위원 분리선출, 전자주총의 실효성, 자기주식의 취득·보유·처분·소각을 구체적인 투자 질문으로 바꾼다. 물적분할과 자회사 상장, 합병비율, 주식매수청구권, 배당과 자사주 소각의 우선순위도 개정 전후의 공정성 절차와 연결한다.
진짜 재평가 후보는 법적 촉매와 실적 촉매가 함께 작동하는 기업이다. 자사주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수혜주라 부르지 않고, 이사회가 이해충돌을 어떻게 다루며 약속한 소각과 배당을 실제로 집행하는지, 현재 가격이 어느 정도 기대를 이미 담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제도 변화의 소음에서 주당 가치로 이어지는 행동을 골라내고 싶은 한국주식 투자자를 위한 공시 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