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티지 트레일(본명 모리스 쿤스)의 1930년작 소설 『스카페이스』는 현대 갱스터 문학의 기틀을 닦은 전설적인 고전이다. 전설적인 영화들의 원작이자, 금주법 시대 미국의 어두운 뒷골목을 가장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향후 미국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할 악명 높은 보스, 토니 구아리노(후에 토니 카몬테로 개명)의 열여덟 살 시절부터 시작된다. 그는 단순히 가난을 벗어나려는 좀도둑이 아니었다. 지배와 권력, 그리고 막대한 부에 대한 맹렬한 갈증을 가진 사내였다. 어느 날 마주한 매혹적인 여자와 그녀를 소유한 거물 보스와의 만남은, 토니를 단순한 불량배에서 냉혹한 살인귀로 변모시키는 기폭제가 된다.
배경은 1920년대 시카고를 연상시키는 거대 도시다. 밤이면 기관총 소리가 끊이지 않고, 화려한 카바레의 조명 뒤편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이권 다툼이 벌어진다. 토니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구시대적 건달들을 비웃으며, 효율적인 시스템과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워 암흑가의 질서를 재편해 나간다. 그의 왼쪽 뺨을 가로지르는 깊은 흉터는 그에게 스카페이스라는 별명을 안겨주며 공포의 상징이 된다.
이 소설을 단순한 액션 누아르 이상으로 만드는 것은 토니의 가족 관계다. 토니의 형 벤 구아리노는 동생을 사냥해야 하는 강력계 경찰이고, 순진했던 여동생 로지는 오빠가 일구어놓은 피의 제국 안에서 예기치 못한 비극과 마주하게 된다. 정점에 올라설수록 토니는 자신이 창조한 조직이라는 프랑켄슈타인과 그를 압박해오는 법망, 그리고 무너져가는 가족의 유대 사이에서 점점 고립되어 간다.
실제 인물 알 카포네를 모델로 한 만큼, 당시 범죄 조직의 운영 방식과 부패한 공권력의 유착 관계가 날카롭게 묘사된다. 군더더기 없는 건조하고 비정한 하드보일드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금주법 시대의 공기를 그대로 들이마시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제왕이 될 것인가, 시체가 될 것인가. 가장 높은 곳을 향해 질주하는 사내의 흉터 속에 숨겨진 뜨거운 욕망과 차가운 배신의 드라마, 『스카페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