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지우고 과거를 등진 남자, 컨 섀프터.
그가 다시 군복을 입고 사지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영광의 역사였으나, 누군가에게는 삶의 전부였던 오후의 나팔 소리. 그 강렬한 운명의 기록이 지금 펼쳐집니다.
영화 오후의 나팔 (Bugles in the Afternoon, 1952)의 원작.
어네스트 헤이콕스의 『오후의 나팔 소리』는 1876년 미국 서부 평원을 무대로, 한 남자의 추락과 재기,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운명을 교차시키는 역사소설이다. 낭만화된 서부극의 외피를 걷어내고 그 안에 인간의 명예와 고뇌, 사랑을 날것 그대로 담아낸 작품으로, 단순한 장르 소설의 경계를 훌쩍 넘어선다.
이야기는 다코타 준주의 코라폴리스 정거장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컨 섀프터는 한때 유능한 장교였으나 불명예스러운 사건 하나로 모든 것을 잃었다. 그가 선택한 귀환의 방식은 화려하지 않다. 이름을 숨긴 채 커스터 중령이 이끄는 제7기병연대에 사병으로 재입대하는 것이다. 이 설정 자체가 소설의 핵심 긴장을 압축한다. 과거의 계급과 현재의 신분 사이에서 오는 정체성의 균열, 명예를 되찾으려는 의지와 그것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자기 의심, 낯선 얼굴로 익숙한 세계에 발을 들이는 이방인의 고독이 섀프터라는 인물 안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연대에서 섀프터를 기다리는 것은 새로운 출발만이 아니다. 그를 파멸로 몰아넣었던 오랜 숙적 에드워드 가넷 중위가 같은 연대에 복무하고 있다. 두 남자 사이에는 과거의 원한 위로 조세핀 러셀이라는 여인을 향한 감정까지 겹쳐지며, 긴장은 단순한 적대감을 넘어선 복잡한 결을 갖게 된다. 헤이콕스는 이 개인적 갈등을 서부의 거친 자연환경, 그리고 인디언 정찰 임무와 요새 생활의 현실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장교 부인들의 불안한 눈빛, 병사들 사이에 흐르는 끈끈한 유대감, 원정을 앞둔 요새의 분주함 이 모든 디테일이 섀프터와 가넷의 갈등에 역사적 무게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