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과 실제 사이에는 아주 얇은 선 하나가 있을 뿐이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추악한 진실을 감싸 안아야 했던 한 사나이의 고독한 결단. 흑과 백으로 나뉘는 기존의 전형적인 서부극과 달리, 인물들 간의 복잡한 감정, 도덕적 모호성, 그리고 개척 시대의 거친 삶.
영화 《캐니언 패시지 (Canyon Passage, 1946)》의 원작 소설.
서부극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비슷한 장면을 떠올린다. 황토빛 먼지가 날리는 거리, 대낮의 결투, 그리고 선과 악이 칼같이 나뉜 세계. 그러나 어네스트 헤이콕스가 1945년에 발표한 『캐니언 패시지(협곡의 통로)』는 그 익숙한 기대를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배반한다. 총성보다 오래 귓가에 남는 것은 인물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말들이고, 황야의 풍경보다 더 넓게 펼쳐지는 것은 그들 각자의 내면이다.
소설의 배경은 1850년대 오리건이다. 끊임없이 비가 내리고 진흙탕이 발을 잡아끄는 포틀랜드에서 시작하여, 황금에 눈이 먼 사내들이 들끓는 광산촌 잭슨빌까지 이 땅은 법보다 주먹이 가깝고 이성보다 본능이 먼저 꿈틀대는 곳이다. 문명과 야생의 경계가 흐릿하게 겹치는 이 공간에서, 헤이콕스는 네 인물을 무대 위에 세워놓고 그들이 서로를 어떻게 망가뜨리고 또 어떻게 구원하는지를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운송업자 로건 스튜어트는 금을 "노란 자갈"이라 부르는 사내다. 물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규율과 의리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긴다. 그런 그에게 오랜 친구 조지 캠로즈는 언제나 보호해야 할 대상이었다. 세련된 매너와 화려한 매력을 지닌 조지는 겉으로는 신사였지만, 그 내면에는 도박벽과 나약함이 곪아 있었다. 로건은 그것을 알면서도 외면했다. 우정이란 때로 진실을 보지 않기로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인간의 결함은 결국 스스로를 잡아먹는다. 조지의 이중성은 마을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불씨가 되고, 로건은 친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평판과 안전을 모두 내던진다. 그 과정에서 헤이콕스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