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Dark Age
중세 암흑기, 매체의 종말
인터넷이 사라진다면, 21세기의 역사는 무엇으로 기억될까?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를 기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진, 영상, 뉴스, SNS, 전자책,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AI가 매일 엄청난 양의 기록을 만들어낸다.
인류는 이제 무엇이든 저장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상한 역설이 있다.
기록이 많아질수록 역사는 반드시 더 오래 보존되는 것일까?
중세의 암흑기를 흔히 지식과 문명이 쇠퇴한 시대로 기억한다. 하지만 어쩌면 문제는 단순히 사람들이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았다는 데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기록은 특정한 매체와 기술,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는 사회적 시스템 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점토판은 문명이 사라져도 남았다.
종이는 도서관과 함께 살아남았다.
그러나 디지털 데이터는 서버가 멈추고, 전력이 끊기고, 네트워크가 사라지고, 데이터를 읽을 기술마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수십억 개의 파일이 존재하면서도 아무도 그것을 읽을 수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가능성에서 출발한다.
고대의 기록에서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 중세의 필사본과 인쇄술을 거쳐 인터넷과 클라우드, 그리고 AI까지.
인류는 지식을 보존하는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록은 더욱 복잡한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었다.
우리는 더 많이 기록하고 있지만, 정말 더 많이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The Little Dark Age』는 중세의 암흑기를 과거의 사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암흑기를 거울처럼 사용해 인터넷 이후의 문명을 바라본다.
인터넷이 사라진다면?
클라우드가 사라진다면?
검색엔진이 사라진다면?
AI가 사라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지금 남기는 디지털 기록을 해석할 기술마저 사라진다면?
미래의 고고학자는 21세기를 어떻게 이해하게 될까.
어쩌면 미래의 인류가 발견하는 것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아니라, 읽을 수 없는 데이터의 잔해일지도 모른다.
중세에서 인쇄술로, 인쇄술에서 인터넷으로, 인터넷에서 AI로.
인류는 계속해서 기억의 능력을 확장해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다.
기록의 시대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읽을 수 있는 문명이 끝난다면 어떻게 되는가?
『The Little Dark Age』는 역사와 미디어, 기술과 AI를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한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이 기록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가, 아니면 역사상 가장 쉽게 잊힐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가?
이 책은 그 답을 찾기 위해 과거의 암흑기에서 미래의 암흑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