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작품이 될 때』 박보나 신작 에세이★
상실의 시대, 예술이 깨우는 감각
잊어버린 감정을 불러오고 사이를 이어줄,
예술의 다른 언어를 찾아서
『태도가 작품이 될 때』 『이름이 없는 것도 부른다면』 『예술이 내 것이 되는 순간』으로 자신만의 예술 에세이 영토를 확장해온 미술가 박보나의 신간 『어느 날 장미가 사라졌다』가 출간되었다. 전작을 통해 예술가의 태도, 비인간 동물의 자리, 영감의 순간 등 예술가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다뤄온 그가 이번에 천착한 주제는 ‘상실감’이다.
박보나는 최근 몇 년간 만나온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관통하는 것이 사라짐에 대한 공통적인 관심이며 그에 따른 쓸쓸함, 그리움, 무기력의 표현이라는 점을 포착했다. 가령 이들의 작품에는 어린 시절의 희미한 이미지, 주인을 알 수 없는 발자국, 홀로그램으로 찍은 곤충의 시체, 뼈대만 남은 듯한 나무 조각, 사람의 피부 같은 실리콘 껍질 등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상실의 대상이 구체적이라기보다는 다소 모호하며, 그것이 사회 역사적 현실에서 비롯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갈수록 물리적 감각 경험이 멸종되는 사회 속에서, 저자는 이러한 상실감의 정체가 실제로 뭔가를 ‘잃어버린’ 데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잊기를 강요받은’ 데 있지 않은지 질문한다.
『어느 날 장미가 사라졌다』는 고도화된 기술 자본주의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 또한 잊기를 강요받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동시대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환기한다. 감각, 경험, 만남, 연결, 노동, 상상 등 상실의 목록은 다양하며, 책의 제목 속 ‘장미’ 또한 오가와 요코의 소설 『은밀한 결정』 속에서 권력자들에 의해 제거 명령이 내려진 대상으로 강요된 상실을 뜻한다. 하지만 박보나는 이러한 흐름에 저항하며 장미를 건져 올리려 고투하는 작가들이 있음을 기억하고자 한다. 도리스 살세도, 차학경,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박이소, 구정아, 김옥선 등의 미술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상실에 맞서는 방향, 즉 감각의 회복과 아름다운 가치의 지향-공동체 의식, 확장된 우정, 비인간에 대한 존중, 주체적인 독해, 새로운 상상 등-을 시각화한다. 이러한 작품들을 읽어내는 가운데 저자는 실제의 틈에서 아직 상실하지 않은 가치들을 쓰다듬으며, 회복의 시간을 제안한다.
이 책은 세상은 더 좋아진다는데 우리에게서는 빠져나가는 것들, 즉 이미 따라잡기 버거울 만큼 멀리 앞서가는 기술과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거대한 자본주의 속에서 우리가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며 또한 잊기를 강요받는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썼던 글을 모은 것이다. 글을 통해 이미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중요한 것들을 짚고 다시 한번 상기시킴으로써 그것의 회복을 얘기하고 싶었다. 실제의 틈에서 아직 상실하지 않은 가치들을 쓰다듬으면서 우리가 덜 외로워질 수 있는 시간을 상상했다.
_「들어가며-예술의 상상이 건네는 온기」, 12~13쪽
감각, 경험, 만남, 연결, 우정…
상실이 강요된 자리의 흔적을 더듬고
예술이 할 수 있는 좋은 상상을 보여주다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가 더 많은 노동과 자리를 대체하고, 황폐화된 지구 대신 화성을 새로 개척하는” 최첨단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 우리의 마음은 안녕한가? 수많은 정보가 감각을 대체하고, 디지털 기술이 경험을 매개하면서 실제와의 만남, 감각의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