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도영은 백수다. 동창회 회비 만 오천 원이 아까워 사흘을 고민하다 나간 자리에서 세아를 만난다. 세아가 사이다 잔을 내려놓고 무심코 말한다. 나는 관리 못하는 남자는 별론데요?
그 한마디에 도영은 헬스장을 끊고, 세아가 뛰는 러닝 크루에 나간다. 거기에 태오가 있다. 은행에 다니고, 뭐든 반 박자 빠르고, 도영이 주우려던 말을 먼저 꺼내는 친구.
둘은 세아를 사이에 두고 삼 년을 겨룬다. 누가 더 빨리 뛰는지, 누가 더 그럴듯한 사람이 되는지. 도영은 방바닥에 방울 공 백 개를 쏟아놓고 스마트스토어를 열고, 태오는 승진을 한다. 그러다 하프마라톤 대회 날, 둘은 서로의 뒤통수만 보고 달리다 세아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을 놓친다.
얼마 뒤 세아가 조용히 멀어진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는다.
삼 년이 지나고, 서른을 넘긴 어느 토요일에 세아가 크루에 다시 나타난다. 이번에는 부탁을 하나 들고 온다. 풀코스를 완주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안 된다고. 둘이 페이스를 잡아달라고.
사십이 킬로미터의 끝에서, 세아가 묻는다. 둘 중 누가 나한테 올래요, 아니면 우리 그냥 셋으로 있을래요.
한 박자, 아무도 말을 안 한다.
그리고 몇 년 뒤 김밥집에서, 도영이 그 말을 세아에게 돌려준다. 관리 못하는 남자는 별론데요? 세아가 젓가락을 멈추고 묻는다. 제가요? 그런 말을 했어요?
가지지 않고도 옆에 둘 수 있다는 걸 서른 넘어 알게 된 세 사람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