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랫동안 자본주의가 가장 공정한 무대이며,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고 신용을 지키면 누구나 그에 합당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순진한 믿음의 세례를 받으며 살아왔다. 이지웅의 저서 『서민은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는 건가?』는 바로 그 안일한 믿음의 허판을 단호하게 들어 올리고 현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은밀하고도 잔혹한 메커니즘의 실체를 발가벗긴다. 도서는 자본과 정보, 그리고 인지적 자원이 어떻게 불평등하게 배분되어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지 파헤치는 냉철하고도 슬픈 정치경제학적 보고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서가 여기저기서 던지는 질문들은 은근히 가슴을 후벼 판다. 왜 부자들은 거의 공짜에 가까운 저금리로 천문학적인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산을 불리는데, 당장 내일의 생계를 걱정하는 서민들은 살인적인 고금리의 족쇄를 차고 거친 벼랑 끝으로 내몰려야 하는가? 저자는 대출의 이자율에서부터 플랫폼 경제의 알고리즘, 행동경제학이 말하는 터널 시야의 감옥, 그리고 사회적 자본의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전 영역을 횡단하며 제도가 어떻게 강자의 날개와 약자의 쇠사슬을 동시에 만들어내는지 학자적 양심으로 풀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