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숨 막히는 무더위 속에서 어지러운 머리와 무거운 어깨를 짊어지고,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는 고통 속에서도 나는 샤워와 약으로 연명하며 펜을 놓지 못했다. 왜 나는 이토록 집필에 매달리는가? 혹여 이것은 아직 기록되지 못한 내 형제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라는 역사의 준엄한 의무인가.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단 한순간 글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완안부가 척박한 외부 환경과의 격렬한 사투 속에서 부족민 모두가 하나 되어 결속했던 그 치열한 생존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외부의 어떤 압박과 환경의 역경 속에서도 끝내 꺾이지 않았던 그들의 의지가, 지금 나의 신체를 빌려 활자로 맺히고 있는 것이다.
여진 완안부는 발해와 신라의 문명을 이어받아 만주 벌판에서 웅비했던 우리 형제들의 거대한 서사이다. 11세기 이후 갑작스레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처럼 보이는 여진족은, 결코 돌연변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 세대에 걸쳐 응축된 에너지가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한, 문명의 화려한 비상飛上이었다.
그들은 신라의 정교한 야철 기술과 조선造船의 기틀을 흡수하였고, 고려와의 교역을 통해 선진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나아가 발해 유민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는 대통합의 정치를 펼침으로써 발해의 찬란한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나의 글쓰기는 바로 이 응축된 에너지의 실체를 찾는 과정이며, 잊힌 역사의 파편들을 모아 다시금 문명의 바퀴를 굴리는 여정이다. 이 책이 우리 문명의 뿌리를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2026년 7월 20일 진영眞營 Historyum에서 통혜通慧 유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