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불을 줬고, 인간은 늘 같은 방식으로 그것을 다뤘다.""
공기로 빵을 만든 화학이, 같은 공장에서 독가스를 빚었다. 감염병을 정복한 항생제는 슈퍼박테리아를 키웠고, 도시를 밝히려던 핵분열은 단 두 발로 도시를 지웠다. 인류를 먹여 살린 손과 인류를 죽인 손은, 언제나 같은 손이었다.
이 책은 다이너마이트에서 인공지능까지, 인류사를 바꾼 스물두 개의 기술을 하나씩 해부한다. 그리고 서로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그 기술들이 실은 똑같은 다섯 단계를 밟았음을 드러낸다. 구원의 약속으로 등장하고선물, 곧 무기로 방향을 틀며손바꿈, 사망자와 오염과 실직이라는 청구서를 남기고대가, 경고는 늘 한 박자 늦는다통제 실패. 분야도 시대도 다른 스물두 편의 이야기는, 사실 한 편의 이야기를 스물두 번 다시 쓴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스무 번째 불은 인공지능이다. 딥페이크는 진짜보다 그럴듯한 가짜를 만들어 내고, 전장의 방아쇠에서는 사람이 지워지기 시작했으며, 일자리의 지반이 흔들린다. 처음 보는 위협처럼 보이는가. 아니다. 앞의 열아홉 번과 똑같은 영화다. 배우와 분자식만 바뀌었을 뿐 각본은 그대로다. 다른 것은 단 하나, 속도다. 과거의 불들이 수십 년에 걸쳐 밟은 단계를, 이 불은 수개월 만에 통과한다.
저자는 기술을 저주하지도, 찬양하지도 않는다. 겁을 주려는 것도, 안심시키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같은 패턴을 스물두 번 보여줄 뿐이다. 그 끝에서 독자는 스스로 묻게 된다. 우리는 또다시 같은 다섯 단계를 밟을 것인가, 아니면 이번만큼은 네 번째 단계에서 멈춰 설 수 있는가.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건넨 대가를 자기 간으로 치렀다. 우리가 손에 쥔 이 불의 청구서는, 아직 수신인 칸이 비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