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다섯 도시를 모두 기억하지 못해도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잘못 읽은 것은 아니다. 구름 가까이 매달린 도시, 실로 관계를 잇는 도시, 물과 계단과 거울이 낯선 질서를 만드는 도시는 강하게 남지만, 책 전체의 모양은 쉽게 안개 속으로 물러난다. 『말로 지은 도시들』은 이 흐릿함 자체가 작품의 설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아홉 장과 열한 계열, 쉰다섯 도시가 어떤 규칙으로 배열되는지 보여 주고, 가운데의 대칭과 미끄러지는 계열, 반복되는 사물과 여성형 이름이 도시들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설명한다. 마르코 폴로와 쿠빌라이 칸의 대화, 체스판과 모형의 실패, 목록에 없지만 모든 도시에 스며든 베네치아를 따라가며 여행담과 우화, 산문시와 철학적 대화가 겹치는 구조를 읽는다.
출판된 순서대로 읽기, 같은 계열만 종주하기, 도시 쌍과 중앙을 따라 재독하기 등 여러 독서 지도를 제안한다. 번역된 계열명과 문장 리듬이 도시를 다시 짓는 방식까지 살피므로, 아름다운 문장 몇 편을 감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작품 전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좌표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