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성공과 실패만 판정하다 보면 『미들마치』의 진짜 주인공인 도시 전체를 놓치게 된다. 도러시아와 카소본, 리드게이트와 로저먼드, 프레드와 메리의 관계는 서로 다른 사랑 이야기이지만, 각각의 선택은 재산과 유언, 빚과 직업, 병원과 정치, 가문의 평판으로 번져 간다. 『미들마치의 결혼들』은 결혼을 결말이 아니라 지방도시의 그물망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읽는다.
네 갈래 인생이 합류하는 구조를 먼저 정리하고, 여성의 교육과 재산권, 배우자 시장의 계급 조건, 지적 오독과 경제적 환상이 어떻게 혼인을 움직이는지 분석한다. 리드게이트의 새 의학과 불스트로드의 후원, 개혁법안을 둘러싼 지방 정치, 소문과 편지와 유언장이 사실보다 먼저 사람의 미래를 바꾸는 통신망도 함께 살핀다.
조지 엘리엇의 자유간접화법과 움직이는 시점이 인물을 쉽게 심판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 텔레비전 각색이 복잡한 병렬 구조를 어떻게 선명한 에피소드로 바꾸었는지도 해설한다. 인물표에 매달리지 않고 관계를 따라 읽는 방법을 익히면, 방대한 고전이 한 사람의 선택과 이름 없는 영향이 연결되는 살아 있는 사회 해부도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