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숙주 宿主 GESTANT

묵명 권 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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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 宿主 GESTANT
듣기기능TTS지원파일정보EPUB
총 용량7.4 MB이용기기
ISBN9791139060140
책 소개
연가시는 메뚜기의 신경계를 재작성한다. 감염된 메뚜기는 물을 향해 뛰어들고, 그곳에서 익사한다. 기생충은 숙주의 몸을 뚫고 나와 자유로워지고, 숙주는 죽는다. 그런데 메뚜기는 자신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알지 못한다. 그 행동을 ‘내 선택’이라고 믿으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의 냄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끌린다. 쥐는 고양이에게 잡아먹히고, 기생충은 고양이의 장에서 번식한다. 쥐 역시 자신의 행동이 외부에서 주입된 것임을 모른다.

이 모든 것은 과학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도 이러한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내 선택’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가 우리 뇌에 심어놓은 패턴이라면?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결정들—직업, 사랑, 이주, 신념의 전환—이 모두 23년이라는 주기 속에서 반복된다면?

이 소설은 그 물음에서 시작한다.

『숙주』는 신경과학자 이강은이 우연히 발견한 한 편의 미출간 논문을 통해 인간 의식의 근간을 흔드는 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다. 그녀는 논문을 쫓아 멕시코의 오악사카 산중 마을로 향하고, 그곳에서 집단적 꿈을 꾸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세 번째 밤, 꿈 너머에 존재하는 ‘듣는 존재’들과 마주한다.

이 소설은 기생충학의 사실들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오래된 철학적 질문을 문학적으로 확장한다. 그러나 결코 허무로 빠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알아채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핵심을 관통한다. 우리의 선택이 외부에서 유도된 것일지라도, 그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 선택은 비로소 우리의 것이 된다. 그리고 알아챈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인간이 이 세계에 응답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라고 이 소설은 말한다.

침묵으로 응시하는 듯한 절제된 문장, 과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사유가 교차하는 구성, 그리고 마지막 장에 이르러 독자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질문. 『완결숙주』는 읽는 이로 하여금 한 번쯤은 자신의 선택 너머를 응시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당신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

이것 또한 우연일까, 선택일까.

그리고 그 질문을 던지는 당신은, 이미 무엇인가를 알아챈 것일지도 모른다

목차
서문 — 기생충학 노트

1부 - 박사
*1장. 논문
*2장. 요지
*3장. 오전
*4장. 반박

2부 - 추적
*5장. 저자
*6장. 정 교수
*7장. 정 교수의 이야기

3부 - 멕시코시티
*8장. 도착
*9장. 아카이브
*10장. 오르테가의 노트

4부 - 오악사카
*11장. 산길
*12장. 마을
*13장. 노인의 말

5부 - 데이터
*14장. 하드드라이브
*15장. 숙주에 관하여
*16장. REM 동기화

6부 - 세 번째 밤
*17장. 바스케스의 경고
*18장. 첫째 밤 강은의 기록
*19장. 둘째 밤
*20장. 셋째 밤
*21장. 질문

7부 - 선택
*22장. 두 갈래
*23장. 협상
*24장. 귀환

에필로그 - 숙주의 기록

작가 노트
작가 소개

작가 소개
  • 작가묵명 권 진오
.작가 소개
묵명黙明 권진오

묵명黙明은 한국의 소설가로, 인간 실존의 미세한 틈새에 깃든 철학적 질문들을 섬세한 문학적 형상으로 빚어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구조적 엄밀함이 요구되는 전문적 경력과 세상을 향해 침묵으로 응시하는 예민한 감각 사이를 오가며 쌓아온 그의 문학적 여정은, 고통과 고독, 그리고 우주적 침묵이 지닌 구원의 가능성 사이에 놓인 불안정한 경계들을 탐문해왔다.

『숙주』와 『신의 좌석』에 이르러 그의 문학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기억과 정체성의 문제를 추적하던 이전 작업들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이제 ‘침묵의 공백’이라는 영역을 향해 나아간다. 단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처 입은 자들과 끝없이 탐구하는 자들이 함께 머물 수 있는 하나의 성소로서 그 침묵을 형상화한다. 극도로 절제되었으나 강렬한 울림을 지닌 그의 문장들은 끊임없는 언어적 확인에 기대지 않고도, 고요한 존재의 무게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진실을 독자들 앞에 펼쳐 보인다.

“문학은 존재의 흔적”이라는 신념 아래 집필하는 묵명은, 이 세상의 침묵하는 관찰자들에게 아름답고도 애절한 목소리를 부여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확답을 강요하는 시대 속에서, 끝내 응답하지 않는 하늘을 향해 말을 거두지 않는 태도야말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차원의 신뢰일지도 모른다는 물음을, 그는 작품마다 조용히 던지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집필에 전념하며, 인간 영혼의 보이지 않는 문양들을 기록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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