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의 아픔을 통해 기억의 의미와 진정한 애도란 무엇인가를 그린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를 펴낸 이로아 작가의 신작 『귀신 붙게 해 주세요』가 출간됐다. 성적 경쟁과 규율 강화가 일상이 된 학교를 배경으로, 청소년이 감당해야 하는 선택의 무게를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날카롭게 드러낸 작품이다.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윤나는 ‘전 과목 1등급에만 허락되는 자유’를 얻기 위해 공부 대신 귀신을 부르는 강령술을 선택한다. 이에 20년 전 죽은 전교 1등 순지가 찾아오고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과거에 해소되지 못한 문제의 반복임을 일깨운다. 소설 속 귀신은 공포의 대상이라기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증인에 가깝다.
이 소설은 청소년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선택하고 책임지는 주체로 그린다. 성적과 규칙이 기준이 된 학교에서, 아이들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어른들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묻는 작품이다. 웃음과 긴장 사이를 오가며 전개되는 서사는 청소년 독자에게는 공감을, 교사와 학부모에게는 성찰의 계기를 열어 줄 것이다.
줄거리
윤나는 재이를 따라 기순고등학교에 갔다. 누구보다 절친한 사이였으며 다른 곳에 갈 생각은 없었다. 재이는 같은 영화 토론 동아리라며 현서를 소개했다. 이제 재이는 윤나보다 현서와 가까운 사이가 됐다. 그 시기 학교에 새 교장이 오며 아이들을 단속하고 야자를 부활시켰다. 윤나는 미용 학원에 다니려던 자신의 계획이 틀어졌음을 알았다. 윤나가 택한 건 공부 대신 강령술이었다. 20년 전 죽은 전교 1등 귀신 순지가 나타났다. 순지는 지금의 여러 일이 오래전에도 벌어졌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