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공동창업자 이준호가 시리즈A 투자 계약서에 서명을 망설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미 시드 투자금이 바닥난 상태에서 거액의 투자 유치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창업자는 앞으로 제 앞에 닥칠 위험들을 예견하고 있는 것만 같다.
투자금이 들어오면서 우려했던 대로 조직은 구조적으로 투자자들이 관리하기 용이하게 변해간다. 공동대표 체제를 예상했지만, 공동창업자인 박민지가 단독 대표로 선임되고, 다른 창업자 이준호는 기술개발 대표로 밀려난다. 곧이어 기존 재무 대표가 나가고 새로운 사업총괄 대표를 비롯해 예상치 못한 마케팅과 영업 인력들이 대거 유입된다.
기술 개발 기업을 지향했던 이준호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회사는 기술을 뒷전으로 미룬 채 거대 제약사들을 상대로 판매에만 열을 올린다. 3년 내 매출 100억 달성이라는 목표 아래 많은 계약들이 미완성 제품의 거짓 통계를 바탕으로 성사되고, 소위 기술 부채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회사의 투자금은 어느새 1년 반 만에 소진을 코앞에 두게 된다.
30년간 정재계 리더 수천 명을 직접 만나며 기업과 투자 현장을 가까이 지켜봐 온 언론인 정진이 작가가 오랜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스타트업 기업의 시리즈A 실패 사례를 재구성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