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언어, 세 개의 국가 정체성
독일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비롯해 리히텐슈타인, 그리고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남티롤 지역의 일부까지 아우른다. 이 책에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정체성을 지닌 세 나라,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중심으로 독일어권을 살펴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나라가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결코 하나의 문화로 뭉뚱그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독일이 유럽 대륙 최대의 경제 대국으로서 실용성과 효율을 앞세운다면, 오스트리아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문화적 유산을 짙게 간직한 채 예술과 격식을 중시하며, 스위스는 여러 언어와 종교, 지역이 공존하는 독자적인 연방 체제를 발전시켜 왔다.
독일어 화자의 수는 약 1억 명에 이르며, 이는 유럽연합 안에서 가장 많은 모어 화자를 지닌 언어라는 위상을 독일어에 부여한다. 다만 이 시리즈의 앞선 세 권에서 살펴본 아랍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와 달리, 독일어권은 유럽 대륙 안에 비교적 촘촘히 모여 있는 소수의 국가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지리적 성격이 사뭇 다르다. 이는 독일어권의 다양성이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가까이 붙어 있으면서도 뚜렷이 다른 역사를 지나온 이웃 나라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