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연스러운 게 좋다.”라고 자주 말한다. 그러나 무엇이 자연스럽고, 누가 그 기준을 정하는가?
기후 위기, 남녀 갈등, 생명 윤리 등 우리 시대의 논쟁적 주제들은 모두 ‘자연’이라는 말과 맞닿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촉발한 야생 동물 거래에서부터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행동은 이미 생태계의 수용 한계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에 긍정적 가치를 부여하는 서사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되새기는 다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서사가 언제나 유익한 것은 아니다.
자연을 인간 행동의 근거이자 정답으로 삼을 때, 자연은 오히려 오류의 언어가 된다. “모든 생명은 어미가 새끼를 돌보게 되어 있다.”나 “동성애는 자연 법칙에 어긋난다.”라는 식의 주장이 그 대표적 예다. 인간이 만든 차별과 억압을 자연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때, 자연은 더 이상 진실의 근원이 아니다.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자연스럽다는 말』에서 진화 인류학자 이수지 박사는 이러한 논리의 함정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영장류의 출산과 사망 패턴 비교 연구를 통해 인간의 생식 전략과 양육 행동의 진화를 탐구해 온 그는, 현재 독일 막스 플랑크 인구학 연구소에서 현대 인류의 출산 및 생식 행동을 연구하고 있다. 2026년부터는 같은 연구소의 ‘생식 노화Reproductive Ageing’ 독립 연구단을 이끌 예정이다.
그는 생물학, 생태학, 신경 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이것도 인간 본성 아닌가요?”라는 물음에 답하기보다 “왜 우리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가?”를 묻는다. 이 질문은 인간이 언제부터 ‘자연’을 도덕의 근거이자 행동의 잣대로 삼아 왔는지를 추적하며, 그 익숙한 언어의 기원을 비판적으로 되짚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진화 인류학의 성찰을 토대로 “자연스러운 게 좋다.”라는 주장이 반복될 때마다 우리가 놓치는 통념의 뿌리를 드러내는 이 책은 우리가 믿어 온 ‘자연스러움’이라는 신화를 근본부터 뒤흔들 것이다.
자연에 대한 물음: 자연에는 답이 없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자연에 대한 물음」, 「인간에 대한 물음」, 「사회에 대한 물음」이라는 3부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축은 서로 다른 차원의 탐구지만, 결국 한 지점으로 수렴한다. 바로 ‘자연스럽다.’라는 말이 인간 중심적 사고의 맹점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1장 「자연스럽다는 말」은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박물관 전시 “Against Nature?”를 사례로, 우리가 자연을 정의할 때 그 개념이 얼마나 사회적 맥락 속에서 흔들리는지를 보여 준다. 곤충학자 게이르 쇨리Geir Søli가 기획한 이 전시는 동성 간 성적 행동을 보이는 50여 종의 동물 사례를 통해 “동성애는 자연스럽지 않다.”라는 통념에 질문을 던졌다. 수컷 기린과 보노보, 펭귄의 행동을 비자연적으로 규정하는 시선은 생물학보다 문화에 더 깊이 물들어 있다.
2장 「인공적인 것은 싫다는 말」은 ‘자연산’, ‘자연 피임법’이라는 단어 속에 숨어 있는 착각을 지적하며 자연과 인공을 대립시키는 사고 방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유전자 조작 식품, 인공 장기, 디지털 세계까지 인간의 기술은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다. 저자는 진화의 관점에서 ‘인공’은 인간의 적응 전략이며, 그것이야말로 인간다운 자연임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3장 「자연에는 질서가 있다는 말」에서 저자는 자연의 규칙성을 윤리나 사회 질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