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전업 자녀 할게.""
스물아홉, 쉰한 번의 불합격 끝에 정후는 저녁 밥상에서 그렇게 선언한다. 대단한 각오가 있었던 건 아니다. '백수'라는 단어 속에선 도무지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전업 자녀'라는 말 안에 딱 숨 쉴 틈만 한 자리를 마련했을 뿐이다.
노력이 성실을 배신하고, 재수와 삼수가 정상이 된 시대. SNS를 열면 남들의 편집된 행복이 쏟아지고,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는 커피 한 잔 값 앞에서 계산기를 두드린다. 그 사이에서 정후는 서툴게 집안일을 배우고, 편의점 야간을 뛰고, 늘 그 자리에 있던 부모의 뒷모습을 처음으로 다시 본다.
『스물아홉, 전업자녀』의 첫 권 「선언」은, 한 청년이 세상이 정해준 트랙에서 잠시 내려서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곁에서 저마다의 무게를 조용히 견디는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위로가 필요한 게, 정말 나뿐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