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의 3대 서적으로 대부분 적천수滴天髓, 궁통보감窮通寶鑑, 자평진전子平眞詮을 꼽는다. 적천수滴天髓는 명리의 이치를 시詩로 꿰뚫었고, 자평진전子平眞詮이 격국格局의 뼈대를 세웠다면, 궁통보감은 사주명리학이 자연에서 온 '자연학'임을 증명해서다.
궁통보감의 원류는 난강망欄江網이라 전해지는 강호의 실전서다. 이름 없는 술사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다가, 여춘태余春台가 정리하여 궁통보감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서락오徐樂吾의 평주評註를 거치며 오늘의 체재를 갖추었다. 그 출신이 학당이 아니라 저잣거리였기에, 이 책의 언어는 관념이 아니라 풍경이다. 갑목甲木이 정월에 나면 아직 추위가 남아 있으니 병화丙火로 따뜻하게 하라 하고, 계수癸水가 한여름에 나면 메마름이 극심하니 경신금庚辛金으로 수원水源을 삼으라 한다. 겨울나무에게는 햇살이 필요하고, 여름 물에게는 샘의 근원이 필요하다는 것 - 이것이 조후調候의 전부이자 궁통보감의 전부다.
필자가 삼십여 년 상담의 현장에서 확인한 것도 결국 이 한 가지였다. 사람은 격국으로만 살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격을 갖추어도 명命이 지나치게 차거나 지나치게 마르면, 그 삶에는 반드시 결핍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재관財官이 아름다워도 조후가 무너진 사주는 성취의 한가운데서 공허를 호소하고, 격국이 평상平常하여도 한난조습寒暖燥濕이 고르게 조절된 사주는 제 삶에 만족하며 산다. 상담실에 앉은 사람의 얼굴에서 필자가 먼저 읽는 것은 관성官星의 유무가 아니라 그 명命의 음양이다.
이것은 심리의 언어로도 그대로 옮겨진다. 사람의 기질에도 계절이 있다. 얼어붙은 마음에는 논리적 처방보다 먼저 볕이 필요하고, 타오르는 마음에는 격려보다 먼저 한 줄기 비가 필요하다. 조후용신調候用神이란 결국 '이 사람에게 지금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가'를 묻는 기술이며, 그것은 상담의 첫 번째 질문과 정확히 겹친다. 필자가 이 주해서에서 시종 견지한 관점이 이것이다. 궁통보감을 계절별 용신의 암기장으로 읽지 말고, 사람의 결핍을 읽는 눈으로 읽자는 것이다.
다만 이 고전을 오늘에 옮기는 일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원문은 농경시대의 자연관 위에 서 있고, 십간十干의 비유는 때로 시대의 옷을 입고 있다. 필자는 원문의 결을 훼손하지 않되, 각 장마다 주해를 붙여 그 비유가 오늘의 삶에서 무엇을 가리키는지 풀었다. 원문과 주해가 서로를 비추어, 독자가 고전의 문장 너머에 있는 자연의 풍경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한 그루 나무는 햇살만으로 자라지 않고 비만으로도 자라지 않는다. 볕과 비를 함께 받으며, 계절이 바뀌는 대로 제 몸을 바꾸어 마침내 제 형形을 이룬다. 균형이란 저울로 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이루는 것이다. 궁통보감이 육백 년 가까이 살아남은 까닭은, 이 단순한 진실을 사주팔자의 언어로 기록한 유일한 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