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다작·다상량과 소설가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나는 이 세 마디를 액자에 넣어 교수연구실 벽에 걸어 두고 지난 십 년
을 살아왔다. 송나라 구양수歐陽脩가 독서와 글쓰기의 길로 제시한
삼다三多, 곧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가르침이다.
읽기는 세계와 타인의 삶을 받아들이는 일이고, 쓰기는 그 경험을 자
기 언어로 다시 세우는 일이다. 상량은 자신이 쓴 글의 의미와 방향을
깊이 헤아리는 일이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많이 읽
으면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계속 쓰다 보면 다시 깊이 생각하게 되
며, 그 생각은 또 다른 독서와 글쓰기로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오래 붙들고 변화시킨 것은 쓰기였다. 글을 쓰
는 동안 나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았고, 마음속에 감추어 두었던 욕
망과 상처, 후회와 자기기만까지 살펴보게 되었다. 쓰기는 자신을 드
러내는 행위이기 전에 자신을 이해하고 새롭게 변화시키는 성찰의 방
법이었다.
자전적 자기성찰에서 시작된 글도 한 개인의 고백에만 머물러서는 문
학이 되기 어렵다. 소설은 자신의 삶에서 출발하되 타인의 삶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작품 속 인물을 통하여 독자가 ‘타자의 얼굴’을 마주
하게 하고, 그 부름에 마음으로 응답하도록 해야 한다. 그 응답 속에서
인간에 대한 공감과 연민의 정이 싹튼다.
나는 이것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소설가가 지녀야 할 문학적 태도라고
생각한다. 좋은 소설가는 화려한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자신을 정직하
게 성찰하고, 타인의 고통과 욕망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며, 그 삶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다.
누구나 떠오르는 생각을 말하듯 쓸 수 있다. 그러나 한 편의 소설을 완
성하려면 생각을 이야기로 조직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사건에는 인과
관계와 긴장이 있어야 하고, 인물에게는 욕망과 결핍이 있어야 한다.
묘사와 배경은 독자가 소설의 세계를 감각하게 해야 하며, 대화는 인
물 사이의 갈등과 감정뿐 아니라 말해지지 않은 침묵까지 드러내야 한
다. 그렇게 쓰인 초고도 여러 차례의 고쳐쓰기를 거쳐야 비로소 작품
으로 완성된다.
문학이론과 창작기법은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두는 규칙이 아
니다.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 이해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를 더욱 정확하고 깊게 구현하도록 돕는 창작의 도구이다.
『소설가의 창작 교과서』 전 5권은 이러한 믿음에서 출발하였다. 소
설을 처음 배우는 지망생에게는 창작의 기본 원리와 순서를 제시하고,
이미 작품을 쓰고 있는 소설가에게는 자신의 창작 방법을 점검하고 확
장할 수 있는 이론적 지도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 책은 정답을 강요하는 작법서가 아니다. 이론을 이해하고, 작품을
읽고, 직접 써 보고, 다시 고쳐 쓰는 과정을 통하여 독자 스스로 자신
의 창작 원리를 발견하도록 돕는 교과서이다.
제1권 『플롯과 구조』
제1권은 흩어진 사건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조직하는 방법을 다룬다.
플롯과 줄거리의 차이에서 출발하여 사건의 인과관계, 인물의 욕망과
갈등, 3막 구조, 장면 중심 플롯, 반복과 변주, 결말과 열린 구조를 살
펴본다. 플롯은 사건을 공식에 맞추어 배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물
의 선택과 변화에 의미를 부여하는 창작의 뼈대이다. 이 책은 전 5권
의 출발점이자 한 편의 소설이 어떻게 시작되고 움직이며 끝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