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과 여행, 자녀의 성취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순간, 조금 전까지 괜찮았던 내 하루가 갑자기 초라해진다. 욕망은 분명 내 마음에서 느껴지지만, 그 마음이 어떤 이미지와 문장을 빌려 만들어졌는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보바리 부인』의 에마는 바로 이 불편한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인물이다.
이 책은 에마를 허영심 많은 불륜 여성이나 억압된 시대의 순수한 희생자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수녀원 독서와 귀족의 무도회가 욕망의 문법을 만들고, 옷과 가구가 신분을 말하며, 외상과 약속어음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비용으로 현재의 자아를 사게 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로돌프와 레옹의 상투어, 샤를과 베르트에게 남은 비용, 여성에게 닫힌 법적·경제적 출구도 함께 살핀다.
마지막에는 에마의 세계를 소셜미디어, 명품, 주거, 사교육, 부채가 얽힌 한국형 보바리즘과 연결한다. 원하는 것과 보인 것을 분리하고, 욕망의 출처·효용·비용·동의·출구를 한 화면에 놓는 법을 제시한다. 욕망을 없애거나 꾸짖는 대신, 무엇을 누구의 비용으로 원하는지 더 정확하게 말하고 싶은 독자를 위한 고전 다시 읽기다.
12개의 장은 욕망을 책, 결혼, 지방 생활, 사물, 연애, 시선, 신용, 법과 책임의 층으로 나누어 보여 준다. 고전을 읽는 동안 독자는 에마의 실패를 구경하는 자리에서 내려와, 지금 자신의 선택을 움직이는 이미지와 비용을 점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