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상품이 된 시대,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인간의 본질을 묻는 SF 미스터리 서사
본 작품은 2045년 대구를 배경으로, 초고속 VR 네트워크와 전통문화가 공존하는 세계관 속에서 가상현실 기술이 인간의 정체성과 역사적 기억을 어떻게 해체하는지 추적하는 문학 소설이다. 사용자의 뇌파를 해석해 개인의 기억을 시각화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메모리얼 월드'가 현실보다 강력한 감정의식을 제공하며 인기를 끌지만, 이 편리한 기술의 이면에는 사용자의 실제 기억을 점차 지워버리는 치명적인 결함이 숨겨져 있다.
소설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선 세 세대의 인물을 통해 입체적인 갈등을 전개한다. 현실의 피로를 잊기 위해 가상에 몰입하는 10대 VR 게임 천재, 기억을 데이터화하여 이윤을 남기는 20대 기억 상인, 그리고 가상 기술에 저항하며 전통 방식으로 기억을 그림과 노래로 기록해 나가는 50대 마을 노인. 이들은 ‘메모리얼 월드’의 미스터리한 시스템 오류를 추적하던 중, 게임 내에서 사라진 사용자의 기억이 마을의 고대 유물과 연결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한다. 기억의 상업화로 인해 인간의 정체성이 완전히 희석될 위기 앞에서, 세 인물은 잃어버린 인간 본질을 되찾기 위한 연대와 여정을 시작한다.
작가는 가상공간의 비대해진 확장이 젊은 세대의 현실 인식 능력을 어떻게 침식하고 역사적 기억을 훼손하는지 문화비판적 시선으로 날카롭게 조명한다. 나아가 기술 중독을 개인의 일탈을 넘어 현대 사회의 구조적 위험성으로 해석한다.
기억이란 기술이 결코 조작할 수 없는 유한한 '시간의 흔적'임을 역설하며, 진정한 소통은 과거의 문화와 현재의 기술을 온전히 연결할 때 가능하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가상현실에 의존해 내면적 고립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