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세대 간 공감으로 찾아가는 인간 본질의 기록
본 작품은 현실과 증강현실AR이 공존하는 가상 도시 '신시원'을 배경으로,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정체성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해체하는지 추적하는 서사 중심의 문학 소설이다. 과거 전통문화 보존을 위해 시작된 '디지털 유산 프로젝트'가 도리어 젊은 세대의 현실 탈출 수단으로 변질되며 만연해진 '가상 중독'의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소설은 가상 세계에 저당 잡힌 17세 소녀 '하윤'과 전통 서예를 통해 기억을 물리적으로 기록하려는 할머니의 극적인 세대 갈등을 축으로 전개된다. AR 게임 속 가상 인물과의 관계에 몰입하며 현실 인격을 잃어가는 하윤의 모습은, 외부의 유혹이 아닌 내면의 공허를 채우려는 현대인의 중독 메커니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술을 통한 '유산의 전달'을 믿는 시스템과 ‘정체성의 파괴’를 염려하는 인간 본능이 충돌하며, 도시의 가상-현실 경계가 붕괴되는 위기 속에서 두 세대는 잃어버린 자아를 재발견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작가는 게임 중독을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지 않고, 디지털 시대의 인간관계 파편화와 자아 해체를 보여주는 사회 구조적 병폐로 날카롭게 규정한다. 나아가 기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포나 비판에 머무는 대신, 기술과 인간의 건강한 공생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밸런스 있는 접근을 시도한다.
기술은 인간의 기억을 저장하는 도구일 뿐 삶의 본질을 대체할 수 없으며, 진정한 유산은 디지털 데이터가 아닌 세대 간의 '공감의 기록'에서 비롯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가상현실 시대에 직면한 현대인의 정체성 위기를 예리하게 포착하여, 독자들에게 기술 윤리와 인간 존재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