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정보는 넘치는데 관계는 왜 같은 자리에서 반복해서 무너질까. 우리는 누군가에게 선택받기 위해 외모와 경력, 말투를 다듬고 좋은 상대를 찾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불안할 때 상대를 통제하는지, 책임을 진다는 명분으로 선택권을 빼앗는지,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침묵과 원망을 벌처럼 사용하는지는 좀처럼 공부하지 않는다.
이 책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오늘의 연애, 결혼, 부모와 성인 자녀, 직장 관계 속에서 다시 읽는다. 사랑을 감정이나 운명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능력으로 보고, 관심과 감시, 책임과 통제, 존중과 무관심, 앎과 투사의 경계를 구체적인 장면으로 나눈다. 분리의 불안과 융합의 유혹, 사랑을 상품으로 만드는 시장, 자기 사랑과 이기심의 차이도 함께 다룬다.
사랑의 기술은 더 참거나 더 희생하는 방법이 아니다. 상대를 실제 모습대로 보고, 내 욕구와 상대의 필요를 구별하며, 약속을 지키고 잘못을 수정하고, 거절과 경계를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관계를 끝내야 할 때와 다시 배워야 할 때를 구분하면서, 사랑받기의 성적표에서 벗어나 두 사람을 모두 주체로 남게 하는 관계를 설계하도록 돕는다.
12개의 장을 따라가면 좋은 사람을 찾는 질문은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감정이 식는 순간에도 남는 행동의 기준과, 사랑의 이름으로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함께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