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을 알아도 불안이 끝나지 않는 소설이 있다.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의 긴장은 독살 사건의 정답보다 메리캣이 사실을 고르고 배열하는 목소리에서 생긴다. 친밀한 자기소개는 독자를 집 안으로 초대하지만 동시에 무엇이 안전하고 누가 적인지 미리 정하는 출입 규칙이 된다.
이 책은 메리캣을 단순히 믿을 수 없는 화자로 부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관찰의 정확성과 판단의 공정성, 거짓말과 생략, 사실과 해석과 소망이 뒤섞이는 지점을 분리한다. 저택의 대문과 창문, 식탁과 설탕 그릇, 반복되는 장보기와 청소, 묻힌 물건과 달나라 상상이 어떻게 피난처이자 감옥을 만드는지 읽는다.
콘스턴스의 돌봄과 메리캣의 소유, 서로 알고도 묻지 않는 자매의 동맹, 찰스가 가져온 돈과 아버지의 질서, 마을의 원한이 폭도로 바뀌는 순간을 따라가면 사랑과 포획의 경계가 드러난다. 불탄 집이 더 작은 성으로 굳어지는 결말과 영화가 채운 동기·감정의 차이까지 비교하며, 반전 소비를 넘어 서술권과 폐쇄된 가족의 윤리를 다시 보게 하는 해설이다.
12개의 장은 화자의 말, 집의 구조, 식탁, 반복, 마법, 자매애, 마을 폭력, 영화화를 서로 연결한다. 독자는 누가 진실을 말했는가보다 누가 말의 순서와 경계를 통제했는가를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