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장편소설 『행인』은 주인공으로 자처하는 화자 '나'와 그의 형인 지로, 그리고 지로의 아내 나오코 간의 복잡한 심리적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소설은 주로 편지 형식을 빌려, 지로의 극단적인 자기중심성과 의심, 그리고 타인과의 단절로 인해 고통받는 나오코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지로는 자신의 학문과 관념에 갇혀 아내의 사랑조차 이해하지 못하며, 결국 가족 모두를 정서적 불모지로 이끌어갑니다. 화자는 형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며 독자를 그들의 관계 속으로 초대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랑의 본질과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독이 예리하게 드러납니다.
이 작품은 소세키의 후기 대표작 중 하나로, 『그 후』, 『문』과 함께 이른바 '3부작'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기도 합니다. 문학사적으로 『행인』은 메이지 시대 지식인의 심리적 위기와 가족 제도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한 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소세키는 당대 일본의 급격한 근대화 속에서 인간성이 황폐해지는 현상을 고민했으며, 이 작품을 통해 '나는 어떻게 타인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