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일곱 작품을 오늘의 환경으로 다시 썼다.
『예수금』은 「날개」, 「권태」, 「오감도 시제1호」, 「지주회시」, 「거울」, 「봉별기」, 「종생기」의 사건 구조와 인물 관계를 바탕으로 쓴 패러디 작품집이다. 원작의 순서와 반복, 인물 사이의 힘의 방향은 가능한 한 남기고, 사건을 일으키는 물건과 제도를 지금의 것으로 바꾸었다.
「날개」의 아달린은 다정한 말을 건네는 구독형 인공지능이 되고, 「권태」의 끝없는 하루는 무한 스크롤 속에서 흘러간다. 「오감도 시제1호」의 열세 아이는 잠금화면을 질주하는 열세 개의 알림이 되고, 「지주회시」의 거미들은 스트리머와 플랫폼, 대출회사와 지주회사 사이에서 다시 그물을 친다.
「거울」 속 뒤집힌 나는 보정된 프로필이 되고, 「봉별기」의 사랑과 의심은 마지막 접속 시각과 추천 알고리즘에 남는다. 「종생기」에서는 한 사람이 죽은 뒤에도 학적 기록과 결제 내역, 게시물과 말버릇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그의 이름으로 계속 글을 쓴다.
표제작 「예수금」의 화자는 자신의 문장과 코드와 시간이 여러 곳에서 사용되는 것을 본다. 일을 했으니 받을 것이 남은 ‘미수금’이라고 생각하지만, 끝내 자신이 이미 받아 두고도 제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한 ‘예수금預受金’에 더 가깝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래서 「날개」의 마지막에서 바뀌는 것은 단 하나의 동사다.
날자.
청구하자.
백 년 전의 문장을 빌려, 프로필과 알고리즘, 플랫폼 노동과 인공지능 사이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시 쓴 일곱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