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했다. 누구보다. 그런데 성실한 게, 아무것도 지켜주지 못했다.
열아홉의 겨울, 정후는 인서울에 전부 떨어졌다. 놀아본 적이 없었다. 남들 PC방 갈 때 학원에 있었고 남들 연애할 때 문제집을 풀었다. 그런데 세상엔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게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았다. 재수를 했고, 대학에 갔고, 군대를 다녀왔고, 스물여섯에 첫 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스물아홉이 되도록 쉰한 번을 떨어졌다. 인생의 4년을 '떨어지는 일'에 바친 셈이었다.
2권은 그 10년을 되짚는다. 저녁 밥상의 그 선언이 어떻게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리고 이 권에서 처음으로, 이야기는 정후의 눈을 떠난다. 반지하의 냄새가 씻기지 않는 낙인이 되었던 다은. 스무 살에 시작해 5년 동안 계좌를 스무 번 비운 진혁. 한때 은행 본사에서 자기 이름으로 결재를 올렸으나 이제 육백 명분의 국을 젓는 어머니. 그리고 소박한 꿈이 온 세상이었던 스물일곱의 아버지.
정후가 자기만 구겨졌다고 믿던 그 시간에, 그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구겨지고 있었다. 다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스물아홉, 전업자녀』의 두 번째 권 「지나온 길」은, 한 사람의 실패담이 아니라 같은 시대를 통과한 사람들의 기록이다. 마지막 장의 화요일 저녁, 이야기는 1권의 첫 장면과 정확히 맞물린다.
위로가 필요한 게 나뿐이냐고 물었던 1권의 질문에, 2권은 이렇게 답한다.
아니었다. 한 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