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소설

뜨거운 태양 아래서

가산 카나파니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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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13,160 ⓒ
뜨거운 태양 아래서
듣기기능TTS지원파일정보EPUB
총 용량21.1MB이용기기
ISBN9791170404002
책 소개
“유태인이 그 불쌍한 마을을 장악하기 하루 전날 밤,
 당신의 생명을 거둬 가신 신은 분명 당신에게 자비를 베푸셨던 것이오.”

가산 카나파니의 중단편집 『뜨거운 태양 아래서』가 열림원에서 복간되었다. 2006년 절판 이후 약 이십 년 만에 다시 독자 앞에 놓인 이 작품집은, 더 나은 삶을 찾아 국경을 넘어설 수밖에 없었던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이동 서사를 통해 고향 상실과 추방의 체험 그리고 그럼에도 지속되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조건을 응시한다. 그러나 카나파니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탈출과 생존의 서사가 아니다. 그가 겨냥하는 것은 삶의 기반 자체를 박탈당한 인간이 마주해야 하는 침묵의 심연이며, 그 심연 속에서도 완전히 소거되지 않는 기억과 존엄의 미세한 잔광이다. 사막이라는 극한의 지리적 조건, 검문과 통과가 교차하는 국경의 장치들, 물탱크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 갇힌 신체를 통해 카나파니는 전쟁과 폭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잠식하며 인간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해체하는지를 집요하게 밀어붙인다. 그의 문학에서 역사적 비극은 거대한 사건의 연대기적 서술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한 인간의 신체적 고통, 기억의 균열, 가족의 생계와 미래가 동시에 붕괴되는 가장 미세한 순간들 속에서 비로소 구체적 실체를 획득한다. 이러한 서사 방식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를 단순한 지역사의 기록에서 끌어올려, 폭력의 조건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존엄이라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묻는 철학적 텍스트로 확장시킨다.

이 작품집이 오늘날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는 카나파니가 포착한 세계가 과거의 특정한 역사적 국면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과 점령, 강제 이주와 국경의 배제는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으며, 수많은 삶은 지금도 정치적 언어와 제도적 분류 속에서 익명화되고 통계로 환원되고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이러한 익명성의 구조를 가로지르며, 삭제된 개별 존재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원하는 문학적 윤리를 제시한다. 이 작품집의 역사적 의의는 특정 민족사의 증언을 넘어, 폭력의 세계 속에서 인간이 기억을 통해 어떻게 스스로를 보존하는가를 보여주는 데 있다. 동시에 이 문학의 가치는 재현의 차원을 넘어선다. 카나파니는 사건을 설명하는 대신, 극한의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침묵과 균열, 지연된 감각을 통해 인간 존재의 조건을 드러낸다. 문학은 현실을 재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현실이 은폐한 것을 감각적으로 복원하는 인식의 형식으로 기능한다. 결국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과거의 비극을 기록하는 텍스트가 아니라, 현재의 윤리 감각을 지속적으로 흔들어 깨우며 인간이 인간으로 남는 조건을 끝까지 묻는 문학적 증언이다.

목차
뜨거운 태양 아래서
슬픈 오렌지의 땅
네가 한 마리의 말이라면
무덤 속의 손 하나
움 사아드
매
가자에서 온 편지

작품 해설-윤희환

작가 소개
  • 작가가산 카나파니
  • 번역윤희환
Ghassan Kanafani
팔레스타인 저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의 대변인, 기관지 『알 하다프』의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1936년 팔레스타인 북부의 항구 도시 아크레에서 태어나, 1948년 전쟁으로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나 레바논을 거쳐 다마스쿠스에 정착했다. 난민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이후 다마스쿠스와 쿠웨이트에서 교사와 언론인으로 일했다. 훗날 베이루트로 옮겨가 『알 하다프』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발표하며 아랍 민족주의 운동과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중심인물로 자리했다. 추방과 상실, 저항의 경험을 바탕으로 팔레스타인 민중의 삶과 디아스포라의 비극을 문학으로 형상화했으며, 그의 삶 자체가 팔레스타인 현대사의 축소판으로 평가받는다. 1972년 베이루트에서 차량 폭탄 테러로 암살되었고, 이후 아프리카-아시아 작가회의로부터 ‘연꽃 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뜨거운 태양 아래서』 『너에게 남은 모든 것』 『사아드 엄마』 『하이파로의 귀향』 등이 있다.

출판사
열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