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중산간의 한 타운하우스 단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우연한 뉴스 한 줄 때문이었습니다. 준공된 지 오래인 단지가 세대의 대부분이 팔리지 않은 채 남아 있고, 결국 공매 절차까지 밟았다가 철회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그저 흔한 부동산 기사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있을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자, 이 책의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자, 궁금한 것이 생기면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왜 이런 곳에 이렇게 많은 집이 지어졌을까. 왜 그 많던 사람들은 갑자기 사라졌을까. 그리고 왜 아무도 이 일에 책임지지 않을까. 이 세 가지 질문이 저를 제주도의 통계와 기사, 판결문과 행정 자료 속으로 이끌었습니다.
취재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숫자였습니다. 제주 지역 미분양 주택은 한때 역대 고치를 기록했고, 건설공사 수주 실적은 몇 해 사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법원 경매에 넘어간 물건조차 제대로 팔리지 않아, 매각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 숫자들은 누군가의 상상이 아니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 법원 경매 통계가 말해주는 사실이었습니다.
동시에 저는 이 현상을 섣불리 하나의 원인으로 단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중국 자본이 다 망쳐놨다"는 식의 이야기는 듣기에는 명쾌하지만, 실제로는 금리 인상, 인구 구조 변화, 관광 수요 둔화, 지역 개발 정책, 그리고 외국인 투자 유치 제도까지 여러 요인이 얽혀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보려는 시도입니다. 명쾌한 범인 찾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따라가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이 여정의 끝에서 제가 진짜로 묻고 싶은 것은 제주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구가줄고, 지방이 비어가고, 그럼에도 어딘가에는 계속 콘크리트가 쌓이는 나라. 이 책을 다 읽으신 후, 여러분이 사는 동네를 한 번쯤 다시 돌아보게 된다면, 저는 이 책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