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

2억 4천에도 안 팔린다

노성문
해라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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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5,000 ⓒ
2억 4천에도 안 팔린다
듣기기능미지원파일정보PDF
총 용량14.4MB이용기기
ISBN9791124306529
책 소개
한라산 중산간의 한 타운하우스 단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우연한 뉴스 한 줄 때문이었습니다. 준공된 지 오래인 단지가 세대의 대부분이 팔리지 않은 채 남아 있고, 결국 공매 절차까지 밟았다가 철회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그저 흔한 부동산 기사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있을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자, 이 책의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자, 궁금한 것이 생기면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왜 이런 곳에 이렇게 많은 집이 지어졌을까. 왜 그 많던 사람들은 갑자기 사라졌을까. 그리고 왜 아무도 이 일에 책임지지 않을까. 이 세 가지 질문이 저를 제주도의 통계와 기사, 판결문과 행정 자료 속으로 이끌었습니다.

취재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숫자였습니다. 제주 지역 미분양 주택은 한때 역대 고치를 기록했고, 건설공사 수주 실적은 몇 해 사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법원 경매에 넘어간 물건조차 제대로 팔리지 않아, 매각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 숫자들은 누군가의 상상이 아니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 법원 경매 통계가 말해주는 사실이었습니다.

동시에 저는 이 현상을 섣불리 하나의 원인으로 단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중국 자본이 다 망쳐놨다"는 식의 이야기는 듣기에는 명쾌하지만, 실제로는 금리 인상, 인구 구조 변화, 관광 수요 둔화, 지역 개발 정책, 그리고 외국인 투자 유치 제도까지 여러 요인이 얽혀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보려는 시도입니다. 명쾌한 범인 찾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따라가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이 여정의 끝에서 제가 진짜로 묻고 싶은 것은 제주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구가줄고, 지방이 비어가고, 그럼에도 어딘가에는 계속 콘크리트가 쌓이는 나라. 이 책을 다 읽으신 후, 여러분이 사는 동네를 한 번쯤 다시 돌아보게 된다면, 저는 이 책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목차
목차

프롤로그 ? 질문이 시작된 곳

1부. 산속의 콘크리트 무덤
1장. 내비게이션이 길을 잃는 곳
2장. 30평, 2억 4천, 그리고 0건의 문의
3장. 텅 빈 마을 옆, 불 켜진 창문
4장. 숫자로 본 제주 미분양의 현재

2부. 낭만이 만들어지던 시간
5장. "제주도로 내려가세요" ? 미디어가 그린 그림
6장. 한 달 살기 열풍의 시작
7장. 감귤밭 위에 세워진 타운하우스
8장. 하룻밤 새 오르는 땅값의 심리학

3부. 돈은 어디서 왔는가
9장. 은행도 모르는 건물들
10장. 자본유출 규제와 함께 멈춘 공사
11장.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라는 문
12장. 외국인 토지 보유, 얼마나 되나

4부. 세 개의 손
13장. 지역 개발과 인허가의 그림자
14장. 카메라가 비추지 않은 것들
15장. 자본이 떠난 자리, 남겨진 청구서
16장.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5부. 남겨진 사람들
17장. 도시를 떠나온 이유
18장. 팔리지 않는 집, 멈춘 일상
19장. 지역 상권이 함께 식어가다
20장. 제주 원주민이 밀려난 자리

6부. 섬을 넘어서는 경고
21장. 수도권 아파트와 무엇이 다른가
22장. 인구 소멸과 빈집의 미래
23장. 회복의 조짐과 여전한 위험
24장. 우리가 되짚어야 할 질문들

에필로그 ? 남겨진 질문

부록

부록 1. 제주 미분양·경매·건설수주 통계로 보는 5년
부록 2. 외국인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무엇이 바뀌었나
부록 3. 용어로 보는 제주 부동산 미분양/공매/경매/전세전환율 등

작가 소개
  • 작가노성문
저는 매일 아침 남들과 다름없이 출근길에 나서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낮에는 회사원으로, 그리고 퇴근 후와 주말에는 해라빛 출판사를 홀로 꾸려가는 1인 출판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거창한 사업 계획이나 화려한 이력에서 출발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 어느 순간 책이라는 형태로 쌓이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제가 다뤄온 주제는 한 가지 분야에 머물지 않습니다. 역사와 지정학, 정치경제, 인공지능과 반도체 산업, 대중과학, 그리고 한국 사회의 여러 단면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펴낸 책만 해도 oo여 권에 이릅니다. 이렇게 폭넓은 관심사를 갖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무엇이든 한번 궁금해지면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이 큽니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오히려 더 집요하게 자료를 찾고, 통계를 확인하고, 여러 시각을 비교해보게 됩니다.

제 글쓰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는 화려한 단정보다 검증된 사실을 앞세우는 것입니다. 자극적인 결론으로 독자를 설득하기보다, 확인된 통계와 자료를 통해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려 합니다. 둘째는 하나의 원인이나 하나의 범인을 성급하게 지목하지 않는 것입니다. 복잡한 현실은 대개 여러 힘이 얽혀 만들어지며, 그 얽힘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진짜 이해에 더 가깝다고 믿습니다. 셋째는 답을 내리기보다 좋은 질문을 남기는 것입니다. 제 책은 늘 명쾌한 결론보다 몇 가지 열린 질문으로 끝을 맺습니다. 좋은 질문이야말로 독자의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책 역시 그런 태도에서 출발했습니다. 낯선 뉴스 한 줄, 제주도 산속에 방치된 타운하우스 이야기에서 시작해, 저는 이 현상을 하나의 흥밋거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해보고자 했습니다. 전문 연구자도, 부동산 전문가도 아닌 제가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궁금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고, 그 궁금증을 끝까지 따라가 보았을 뿐입니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도 비슷한 질문 하나를 남길 수 있다면, 저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출판사
해라빛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