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태어난 자정에 한 아이도 태어난다.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은 개인의 몸과 인도의 역사를 한 운명으로 묶지만, 그 연결을 곧고 정확한 연대기로 제시하지 않는다. 화자는 날짜를 틀리고 기억을 고치며, 가족의 비밀을 국가적 사건만큼 크게 부풀린다. 이 책은 그 불확실함을 오류가 아니라 작품의 역사 인식으로 읽는다.
파드마 앞에서 이어지는 살림 시나이의 고백, 무너지는 몸과 급해지는 서술, 카슈미르에서 봄베이까지 이동하는 가족사를 따라간다. 1,001명의 아이들이 여는 마음속 회의, 살림과 시바의 뒤바뀐 운명, 코와 라디오가 만드는 감각 정치, 피클과 처트니로 역사를 보존하고 변형하는 비유를 해설한다. 독립과 분할, 전쟁, 비상사태와 강제 불임수술이 소설적 변형 속에서 어떤 의미를 얻는지도 구분한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국가를 대표할 때 가려지는 여성과 계급의 역사, 인도 영어의 혼합 리듬을 한국어로 옮기는 문제, 부커상과 영화화가 정전을 만든 과정까지 살핀다. 기억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이 역사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말하고 누가 빠졌는지를 더 엄격하게 묻게 한다는 점을 보여 주는 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