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난센스는 아무 말이나 뒤섞은 무질서가 아니다. 겉으로 맞는 논리의 전제가 비뚤어지고, 질문의 조건이 슬쩍 바뀌며, 권력을 가진 화자가 단어의 뜻과 말할 차례를 독점할 때 웃음과 불안이 동시에 생긴다. 이상한 나라는 언어가 작동하는 이음새를 보여 주는 정밀한 실험실이다.
이 책은 커졌다 작아지는 몸과 흔들리는 자기 동일성, 이름과 분류가 대상을 바꾸는 순간부터 읽기를 시작한다. 체셔 고양이의 논증, 답 없는 수수께끼, 시간에게 벌받은 다과회, 교훈시 패러디와 가짜 거북의 수업을 통해 난센스의 논리를 해부한다. 하트 여왕의 처형 언어와 크로케 경기, 판결이 증거를 앞서는 법정에서는 예절과 권위, 규칙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지를 살핀다.
tale과 tail처럼 소리·대화·지면이 함께 움직이는 말장난을 한국어로 옮길 때의 선택도 비교하고, 캐럴의 자필 원고와 존 테니얼의 삽화가 앨리스의 표정과 공간을 어떻게 고정했는지 분석한다. 줄거리의 기발함을 넘어 논리·번역·권력·이미지의 층으로 고전을 다시 읽게 만드는 해설서다. 작품 속 대화와 논증을 실제 문장 단위로 따라가므로 철학 용어를 앞세우지 않으면서도 의미와 권한의 관계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어린 시절의 환상동화를 성인의 언어 감각과 비평적 질문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