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죄가 사라진 것이 아닌데, 향수 한 방울이 처형장의 군중을 사랑과 황홀로 뒤집는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가 불편한 까닭은 냄새라는 보이지 않는 감각이 인간의 판단과 욕망, 도덕의 얼굴까지 바꿀 수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르누이의 냄새』는 기괴한 연쇄살인 이야기의 충격에 머물지 않고, 후각이 소설 전체의 인식 방식이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체취 없는 아이 그르누이의 출생, 악취로 가득한 18세기 파리, 발디니의 실험실과 그라스의 향료 산업을 거치며 냄새가 기억과 분류, 상품과 권력으로 바뀌는 구조를 읽는다. 증류와 온침, 냉침 같은 기술이 단순한 배경지식이 아니라 몸을 원료로 바꾸는 포획의 논리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탐정 없는 연쇄살인의 형식이 희생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지우는지도 살핀다.
처형장을 뒤집는 인간 향수와 마지막 식인의 장면은 사랑, 무죄, 아름다움이 조작될 수 있는지 묻게 한다. 원제와 번역어, 2006년 영화가 냄새를 색과 질감, 음악으로 바꾸는 선택까지 함께 비교한다. 보이지 않는 감각을 문장이 어떻게 현실처럼 느끼게 만드는지, 독자가 그르누이의 능력에 매혹되는 순간 어떤 윤리적 불편이 생기는지 더 정확히 읽고 싶은 독자에게 맞는 해설서다.